당신이 당신일 수 있다면 (창조문학대표시인선 64)
홍문표
ISBN: 89-7734-107-8
쪽수: 135쪽
가격: 5,000원
책 소개
내가 시와 인연을 갖기로 한 것은 문명의 불안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성주의가 갖는 역기능과 물신주의가 갖는 정신의 황폐화를 목도하면서 시인은 이제 이들의 삐에로가 아니라 구원의 메신저로서 광야에서 외치는 음성이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목청은 내세의 영혼까지 책임질 수 있는 거룩한 말씀일 수는 없다. 정의와 평등을 내세우는 어느 혁명가의 열변일 수 도 없다. 시인은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말하고, 눈으로 말하고 마침내 온몸으로 진동하는 언어다. – 머리글에서
□ 서문 / 진동하는 언어
Ⅰ. 당신이 당신일 수 있다면
에덴의 꽃길을 걸으며
새벽의 빛살이 되어
북악산 범바위
너의 순결만으로도
그날이 눈물처럼
무지개빛 인연
은초롱 등불을 달고
새하얀 나라
빙벽에 펄럭이는 유혹
하나에서 비롯된다지만
산들이 우뚝한 것은
제 키를 낮추어
산에는 꽃피네
당신이 당신일 수 있다면
꺾어지면 어떠리
Ⅱ. 그녀는 늘 당신뿐이라 했다
겨울나무
내 영혼의 가지끝에도
그녀는 늘 당신뿐이라 했다
시간은 그리움의 마디 끝에 머물고
일흔 번씩 일곱 번쯤이야
이미 가버린 시간이야
사랑도 여럿인 줄 알았는데
외로움 강물에 헹궈
눈을 감으면 천년이 다가오고
시월의 유혹
겨울이 오기전에
잊으며 산다
무덤 밖에서
풋내를 씹으며
저마다 목줄기를 빼고
Ⅲ. 마지막 남은 이름 석자
사랑이 미움처럼 확실한 것이라면
하나이게 하소서
나는 당신의 폭력이 되고
마침내 너울거리게 하소서
당신의 발밑에 엎드려
하룻밤을 자고
얼룩진 세마포
네가 남긴 칼날 한쪽
마지막 남은 이름 석자
아무리 미워도
정말 기쁨이었습니까
정의는 늘 칼잽이의 윤리가 되고
복부엔 늘 배신의 비수가
달빛 부르스
강은 한순간도 혼자일 수 없다
Ⅳ. 맨발로 달리는 광기
소복
장승백이 시절
구천의 정수리까지
아무리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지만
망부석 가슴팍에 붙어서
나와 나의 끈적거리는 슬픔이여
맨발로 달리느 ㄴ광기
마침내 너로 하여
산으로 남는다
산중문답
태평소 가락을 뜯으며
꽃밭에서
새벽 한자락을 접고
지상의 허무를 털고
바람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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